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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셰프 제산대군과 실존, 실제 역사 속 제안대군 비교

폭군의 셰프 제산대군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극 중 등장하는 ‘제산대군’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폭군 연희군(연산군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의 숙부로 그려지며, 권력 투쟁과 왕위 계승 문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 왕실 족보에는 제산대군이란 인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제작진이 극적 장치를 위해 창작한 캐릭터입니다. 다만 실제 역사 속에서는 이와 비슷한 위치에서 조선 왕실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은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제안대군(齊安大君, 이현 李琄, 1466~1526)입니다.


1. 제산대군은 허구, 제안대군은 실존

드라마 속 제산대군은 허구의 창작물이지만,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인물은 제안대군입니다. 그는 조선 제8대 왕 예종안순왕후 한씨 사이에서 태어난 적차남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왕위 계승 서열 최상단에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예종은 즉위 1년 2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어린 제안대군은 권력 다툼 속에서 왕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대신 성종이 즉위하면서, 그는 평원대군의 양자로 입적되어 정치적 전면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 제안대군의 생애와 성품

제안대군은 1466년 3월 8일 창덕궁 수강전에서 태어나, 1526년 1월 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몰 기록만 보아도 그는 연산군·중종 등 조선 전기 격동의 시기를 온전히 경험한 인물입니다.

  • 출생: 1466년 3월 8일
  • 사망: 1526년 1월 8일 (향년 59세)
  • 부친: 예종
  • 모친: 안순왕후 한씨
  • 작호: 제안대군(齊安大君)

그는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음에도 학문과 음악에 힘썼고, 여색을 멀리하며 예법을 중시했다는 기록이 《연산군일기》《조선왕조실록》에 남아 있습니다.

“대군은 여색을 멀리하고 학문을 좋아하여, 비록 권세에 있지 않았으나 왕실의 거울이 되었다.” — 《연산군일기》

이런 성품 때문에 그는 연산군의 폭정 시기에도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연산군은 제안대군의 집 여종을 궁으로 들이라 명령했지만, 제안대군은 이를 거부했고, 그 강직한 태도에 연산군조차 함부로 손대지 못했습니다.


3. 조선 왕실 권력투쟁 속 제안대군

제안대군은 사실상 왕이 될 수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나이가 너무 어렸고, 당시 정희왕후 윤씨는 정치적 안정을 위해 세조의 손자인 성종을 옹립했습니다.

이 선택은 조선 정치사에 큰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만약 제안대군이 즉위했다면 조선 초기 정치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은 드라마 제작진이 ‘제산대군’이라는 허구 인물을 창작하는 데 영감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연산군일기 속 제안대군

《연산군일기》에는 제안대군과 관련된 기록이 간간이 등장합니다. 연산군은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왕족들을 잔혹하게 숙청했지만, 제안대군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대군은 성품이 바르고 청렴하여, 종친들 중에서 귀감이 되었다.” — 《연산군일기》

이 기록은 제안대군이 단순히 왕위에서 밀려난 비운의 왕족이 아니라, 조선 전기 왕실의 도덕적 상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5. 드라마 속 제산대군과의 비교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제산대군은 연희군과 대립하며 권력투쟁과 인간적 갈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이는 실제 역사 속 제안대군이 연산군과 직접 대립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존재만으로도 왕실 내부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던 사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따라서 제산대군은 실존하지 않지만, 제안대군의 성품·위상·역사적 맥락을 변형한 캐릭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6. 제안대군의 죽음과 평가

제안대군은 1526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중종은 그를 깊이 애도하며 장례에 특별한 예우를 내렸습니다. 이는 그가 단순한 종친이 아니라, 왕실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대군은 비록 불우했으나, 그 충직과 도덕은 왕실의 기둥이 되었다.” — 《중종실록》

오늘날 제안대군은 조선 왕실의 비운의 계승자이자 도덕적 귀감으로 평가됩니다.


7. 결론: 허구와 사실의 교차

드라마 《폭군의 셰프》의 제산대군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 뒤에는 분명히 제안대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제작진은 허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의 단면을 비추고,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잊혀진 역사 인물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이죠.

결국 제안대군은 왕이 되지 못했지만, 조선 역사에서 “충직한 군자”로 기록되었고, 드라마는 그를 또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셈입니다.